좋은글:D

어쨌든 우주도 나를 돕겠지

초밥이 2012. 8. 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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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우주도 나를 돕겠지

 

20대가 지난 뒤에야 나는 어떤 사람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해야만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제야 나는 최고의 작가가 아니라 최고의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기 시작했다.

최고의 작가가 되는건 정말 어렵지만, 최고의 글을 쓰는 사람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매일 글을 쓰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나니, 내가 쓴 치고의 글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최고의 작가는 아닐 수는 있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최고의 글을 썼다.

 

간절히 원할 때, 내가 원하는 것을 이뤄 주기 위해서 온 우주가 움직인다는 말이 거짓말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자주 우주는 내 소원과는 무관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건 어쩌면 우리가 소원을 말하는 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정말 사랑한다면, 결혼이 아니라 아낌없이 사랑할 수 있기를 원해야만 한 것이다.

결혼은 어려울 수 있지만, 아낌없이 사랑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다.

그건 내 쪽에 달린 문제니까. 마찬가리로 마라톤 완주가 아니라 매일 달리기를 원해야만 한다.

마라톤은 완주하느냐, 실패하느냐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매일 달리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때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할 때, 우주는 우리를 돕는다.

설명하기 무척 힘들지만, 경험상 나는 그게 사실이라는 걸 알고 있다.

 

-김연수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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